이탈률이 높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참여율'로 다시 보는 사용자 행동

블로그나 웹사이트를 운영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가슴 철렁했던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구글 애널리틱스에 들어갔는데 ‘이탈률 80%’ 같은 숫자를 마주했을 때의 그 막막함 말이죠. ‘아, 내 글은 완전히 실패했구나. 사람들은 들어오자마자 그냥 나가버리는구나.’ 이런 생각에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 저도 정말 잘 압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제 그 이탈률이라는 숫자 때문에 더 이상 좌절할 필요가 없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생각은 이제 버리셔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탈률’이라는 낡은 유령에 너무 오랫동안 시달려왔을지도 모릅니다.

도서관에서 책 한 줄만 읽고 나가면 ‘실패한 방문’일까요?

잘 생각해보세요. 어떤 사람이 급하게 특정 정보가 필요해서 도서관에 갔다고 해보죠. 그는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딱 원하는 책을 찾아, 필요한 단 한 문장을 확인하고는 1분도 안 돼서 도서관을 나섰습니다.
과거의 ‘이탈률’ 관점에서 보면 이건 100% 실패한 방문입니다. 머문 시간도 짧고, 다른 활동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방문객의 ‘의도’는 완벽하게 충족됐죠. 그는 자신이 원하던 가치를 얻고 만족하며 떠났습니다. 이게 과연 실패일까요?
구글도 바로 이 점을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을 가장 깊게 ‘덕질’하는 기업답게, 사용자의 행동 이면에 있는 본질을 보려고 한 거죠. 그래서 탄생한 새로운 기준이 바로 ‘참여율(Engagement Rate)’입니다.
GA4(구셔널리틱스 4)로 넘어오면서 ‘이탈률’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나고 ‘참여율’이 핵심 지표로 떠올랐습니다. 이건 단순히 용어가 바뀐 게 아닙니다. 사용자를 바라보는 관점, 즉 철학이 바뀐 겁니다.
  • ‘얼마나 많은 사람이 떠나지 않았는가?’에서 ‘방문한 사람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의미 있는 행동을 했는가?’로 질문이 바뀐 거죠.
그렇다면 구글이 정의하는 ‘의미 있는 행동’, 즉 ‘참여’란 무엇일까요? 아래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참여한 세션’으로 간주합니다.
  1. 10초 이상 머무른 경우
  1. 전환 이벤트가 발생한 경우 (예: 파일 다운로드, 회원가입 등)
  1. 2개 이상의 페이지를 조회한 경우
어떤가요? 훨씬 합리적이지 않나요? 방문자가 내 글을 10초 이상 읽었다는 건, 최소한 첫인상에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고 판단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스크롤을 내리며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10초는 훌쩍 지나가죠. 이건 결코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성공적인 첫 만남에 가깝습니다.

이제 우리의 질문은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니 이제 ‘어떻게 하면 이탈률을 낮출까?’라는 낡은 질문은 버려야 합니다. 그 대신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방문자를 내 글에 10초 이상 ‘몰입’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 하나만 바꿔도 콘텐츠를 만드는 전략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단순히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해 불필요하게 글을 늘리는 게 아니라, 처음 마주하는 첫 문단과 이미지에서 강력한 가치를 느끼게 만드는 데 집중하게 되죠.
결국에는 본질로 돌아가는 겁니다. 방문자가 누구이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지를 깊게 이해하고, 그에 대한 가장 명확하고 가치 있는 해답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참여율’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기억하세요. 숫자는 현상을 보여줄 뿐, 본질을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높은 이탈률이라는 숫자에 속지 마세요. 중요한 것은 당신의 콘텐츠가 방문자에게 단 10초라도 의미 있는 ‘참여’를 이끌어냈는가 하는 점입니다.

당신의 콘텐츠는 방문자를 얼마나 ‘몰입’시키고 있나요? 혹시 낡은 이탈률의 함정에 빠져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있지는 않으신가요?